2026-06-20

EP.40 - Goodbye, my casino!

 

퇴직 마지막날 모습


EP.40 - Goodbye, my casino!


인생에서 30년이라는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1992년 1월, 저는 카지노에 입사했어요.

그로부터 딱 30년이 지난 2022년 1월.

저는 카지노에서 퇴사를 했어요.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저는 매일 카지노 테이블로 출근했어요.

산전수전 다 겪으며 이 바닥의 베테랑이 되었다고 자부했고

저의 은퇴식 역시 화려한 조명 아래서

전직원들의 축복을 받으며 맞이할 줄 알았어요.

그러나 도박도 그렇듯이

인생은 늘 저에게 예상치 못한 패를 던졌어요.


코로나가 모든 걸 바꿨어요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제가 사랑했던 일터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어요.

전 세계 항공편이 끊겼어요.

그 때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VIP와 일반 관광객의 발길이 

완전히 끊기며 직격탄을 맞았어요.

마스크와 투명 아크릴 가림막 너머로

서로를 경계하며 게임을 진행하던 그 답답했던 나날들.

'금방 지나가겠지' 라고 서로를 위로했던 지루한 휴직의 시간은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카지노 딜러가 포커 페이스를 마스크 페이스로 바꾸는

그런 웃지 못할 상황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 당시에는 비트코인이 대유행을 하고 있었는데

직원들 중에 비트코인으로 큰 돈을 벌어서

집을 사고 차를 외제차로 바꾸는 등

코로나의 위기를 기회로 잡은 직원들도 있었어요.

위기에는 항상 기회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희망퇴직

2022년 초는 하루 확진자가 수십만 명씩 쏟아지던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였어요.

마침내 방역 피로감이 극에 달했고

카지노 업계의 누적 적자는 수천억 원에 달해서

본사에서는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압박이 본격화됐어요.

그래서 회사는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시행했어요.

희망퇴직 명단에는 제가 선두에 있었어요.

저와 같이 입사해서 동고동락을 같이 한 동기들은

50명이 입사해서 30년이 지난 그때에 5명이 남았었는데

정확히 10%만 남은 셈이었어요.

코로나가 시작되고 2년 동안 직원들은 번갈아 가면서

격달ㄹ 휴직계를 쓰고 쉬었으며 다들 지쳐있었어요.


마지막 날

2022년 1월.

저는 마침내 평생을 몸담았던 정든 일터에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서글픈 마침표를 찍었어요.

희망퇴직 서류에 서명을 하던 날의 분위기는

유독 쓸쓸하고 묘하게 느껴졌어요.

제가 쓰던 여자간부휴게실의 락카를 비울 때가 생각나네요.

락카 안에는 사원증, 명찰,  유니폼, 유니화(근무용 구두).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찍은 빛 바랜 사진 몇 장이 전부였어요.


야간근무를 신청하지 않았어요

희망퇴직 당사자들은 퇴사하기 전에 야간근무를 신청했어요.

퇴사하기 3개월 전에 야간근무를 하면 평균임금이 올라가서

퇴직금이 천만원 넘게 차이가 난다고 했거든요.

하지만 저는 야간근무를 신청하지 않았어요.

카지노에서의 마지막 근무를 밤에 별을 보며 보내기 싫었고

직원들과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회사도 어려운데 저까지 야간근무를 하며 동참하기 싫었어요.


마지막 선물

후배가 저에게 꽃바구니를 선물했어요.

"선배님! 30년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카지노 주방에서는 주방장이 직접 만든 생크림케익을 

딸기로 장식하고 Bye라고 레터링되어 스낵바로 올라왔고

미술을 전공한 여직원은 유니폼 입은 저의 모습을 

예쁘게 그려서 선물했어요.

그 순간 저는 저도 모르게 울컥하여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그렇다고 슬픈 감정은 아니였어요.

지난 30년 세월을 꿋꿋하게 버티며 카지노와 함께한

저 자신에 대한 '대견함' 같은 감정이었어요.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며 지난 30년이 빛처럼 지나갔습니다.


그날의 소리들

화려한 조명과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던 카지노.

칩스 부딪히는 소리.

'스르륵' 하는 카드셔플 소리.

딜러의 "베스 다운 플리즈(Bets down please)"

"노 모어 벳(No more bet)" 의 우렁찬 콜링소리. 

슬롯머신의 기계작동음들.

거기다가 손 소독제 짜는 소리.

마스크 너머의 웅얼거리는 목소리와 딜러의 한숨 소리.

코로나라는 불가항력적인 재난 앞에서의 무력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하는 두려움과 기대감.

저는 이 모든 것들이 머리속을 스쳐서

쏜살같이 지나갔어요.


Goodbye, my casino!

30년 동안 매일같이 출근하던 직원출입구의 그 미로 같았던 길을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만감이 교차했어요.

정든 칩스와 테이블 냄새, 차고 딱딱한 대리석 바닥, 카펫의 푹신함.

그리고 30년을 함께한 카지노에 남아있는 후배들을 뒤로하고

저는 카지노를 조용히 걸으며 쓸쓸히 떠났어요.

Goodbye, my casino!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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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9

EP.39 - 카지노의 No name 고객들을 아시나요?

테이블에서 게임하는 No name 고객들 모습
 

EP.39 - 카지노의 No name 고객들을 아시나요?


사람들은 카지노 고객들은 다 돈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돈도 별로 없이 그냥 오는 고객들도 많이 있어요.


다양한 국적의 No name 고객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 국적을 가진 고객들이에요.

중국, 베트남, 필리핀, 라오스, 몽골, 인도, 파키스탄 등

국적도 다양해요.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오거나

유학 비자를 받아 온 유학생들도 있어요.

공장에서 일하거나,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거나

대리기사도하고, 음식점에서 설거지를 하고

한국어가 조금 익숙해지면 서빙도 하면서 돈을 벌어요.

그들은 쉬는 날이거나 일을 마치고 카지노에 와요.

카지노는 연중무휴이고 입장료도 없어서

같은 국적의 동포들도 만날 수 있고

정보도 공유하고 게임도 하면서 술도 마실 수 있어서

카지노에 오는 것을 선호하는 거예요.

이들은 버스를 타고 카지노에 와서

좀비처럼 테이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주로 저가 테이블에서 게임을 해요.

특히 설날이나 추석 명절에는

카지노가 유독 No name 고객들로 붐비는데

명절이라서 다니는 직장도 길게 쉬고

뭐라도 사먹으려고 해도

마트나 음식점들이 다 문을 열지 않아서

연중무휴인 카지노로 다 모이는 거예요.

어떨 때는 우리의 명절이

카지노 안에서는 그들의 명절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식사주문이 되지 않는 No name 고객들

지금은 마일리지를 쌓아야 식음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게임을 하지 않고도

테이블에 서서 식음료를 주문하면 제공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테이블마다 웹패드에 고객을 입력할 수 있는데

7명까지만 입력이 가능해요.

그 이상은 No name 고객으로 등록되는데

No name 고객은 음료만 주문할 수 있어요.

이름을 등록할 수 없어서 마일리지가 쌓이지 않아

식사주문이 되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그들은 이름을 등록한 고객들에게 부탁해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도 해요.


누나! 저 배고파요

어느 날 No name 고객 중 한 명이

플로어펄슨이었던 저한테 어설픈 한국말로 말했어요.

"누나! 오늘 정말 예뻐요.

저 배고파요. 라면 좀 시켜주세요!!!"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온 외국인 노동자였어요.

No name 고객이니 당연히 식사 주문을 할 수 없었던 거예요.

저는 웃으며 말했어요.

"원래는 안 되는데 누나라고 해서 시켜주는 거예요."

주문을 해줬더니 그가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누나! 정말 고마워요."

그 순진한 미소가 저를 약하게 만들었어요.

그게 No name 고객들 사이에 소문이 났는지

저만 보면 No name 고객들이 누나라고 하며

친한 척을 하고 식사 주문을 해서

난감했던 기억이 나요. 


그들도 카지노의 구성원이에요

저는 카지노 고객들 중에 No name 고객인

그들도 카지노 구성원의 일원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있어 카지노가 북적거리고 활성화되고

가끔 다른 고객들을 데리고 오기도 하거든요.

현재 한국의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았어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내국인 인력이 부족한

제조업, 농축산업, 조선업, 건설업, 식당가 등

거의 모든 기초 산업군을 지탱하고 있어요.


차별은 안 돼요

외국인 노동자들의 위상과 역할이 늘었다고

카지노에서의 위치가 상승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에요.

다만 이들도 어엿한 카지노의 고객층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부작용들도 많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에

이름을 등록하고 게임하는 Yes name의 다른 외국인들과

고객서비스의 등급은 차별을 해야 되겠지만,

인격적인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다음 에피소드 예고

1992년 1월 입사.

2022년 1월 퇴사.

30년의 마지막 날 이야기예요.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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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편:EP.40 — Goodbye, my casino!

2026-06-18

EP.38 - 카지노 딜러들의 돈 씀씀이

사채업자를 피해 도망 다니는 딜러모습

EP.38 - 카지노 딜러들의 돈 씀씀이


제가 입사해서 처음 느낀 것 중 하나가 있어요.

카지노 딜러들은 돈의 씀씀이가 남달랐어요.


팝콘계

급여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어요.

매일매일 손에 쥐어지는 팝콘에 다들

자금의 여유가 많아 보였어요.

딜러들끼리는 팝콘계도 많이 들고 있었어요.

매일매일 일수 찍듯이

팝콘에서 일부를 계주에게 주고

매달 한 명씩 계를 타는 거예요.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하고.

계를 타면 그 돈의 액수가 제법 컸어요.

제가 입사했을 때 첫 월급이 30만원 정도였는데.

제가 처음 탄 곗돈이 500만원이었어요.


더치페이 문화

계를 타는 날이면 계원들끼리 퇴근하고 식사를 했어요.

계를 탄 사람이 밥을 살 줄 알았더니

각자 더치페이를 하는 거예요.

그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더치페이가 자연스러울 때가 아니었어요.

처음엔 이 문화가 이상하고 낯설었어요.

선배들이 가끔은 가벼운 식사 정도는 사줄 만도 한데

그냥 따르긴 했어요.

카지노에서 1년 정도 지나고 나서야 이해가 됐어요.

매번 너무 자주 있는 모임과 회식.

그때마다 고참들이 다 내야 한다면

서로 눈치만 보고 속으로 마음이 상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누구든지 회식을 어디서 하자고 제안도 쉽게 하고

쉽게 받아들이고 부담스러워하지도 않았어요.

단 조별 회식, 전체 회식은 회사가

법인카드를 주고 권장했어요.

카지노 문화는,

"회식에서 시작해서 회식으로 끝난다"는 말도 있었어요.


명품의 세계

그 당시 고참 딜러들은 손목에 명품 시계를 다 차고 있었어요.

이름도 낯선 롤렉스, 오메가, 까르띠에...

각자의 취향에 맞게 차고 있었어요.

그 당시 무스탕이 대유행이었는데.

한 벌에 200만원도 넘는 무스탕을 

고참 딜러들은 색깔 별로 입고 다녔어요.

명품백도 많이 들고 다녔어요.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구찌, 디올...

다 어깨에 메고 출근을 했어요.

그 당시 저는 명품이라는 걸 이름도 처음 들었어요.

나중에야 왜 딜러들이 명품을 선호하는지 알게 됐어요.

카지노에 오는 고객들의 영향을 받은 거였어요.

특히 일본 고객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명품을 휘감고 카지노에 들어와요.

돈도 많고 시간도 많은 고객들이에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딜러들도

명품 시계가, 명품 백이, 명품 옷이 

갖고 싶어질 수밖에 없어요.

견물생심이 딱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딜러들을 폄하하지 말아주세요

딜러들이 다 명품을 좋아한다고

폄하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해요.

딜러 중에는 집안을 살린 가장도 많았고

효녀, 효자들도 정말 많았어요.


사채업자가 여자 휴게실에 나타났다

그러나 어디에나 있듯이 돈 관리를 잘 못한 딜러들도 있었어요.

흥청망청 쇼핑과 유흥에 돈을 마구 쓰다가

딜러들끼리 서로 맞보증을 서주고 사채를 빌려 쓴 거예요.

사채업자가 딜러들과 연락이 되지 않자

카지노가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는 통제 구역임에도

여자 휴게실에 잠입해서 난리가 났었어요.

그때 저는 업장에 근무를 마치고 휴게실에 올라왔는데

여자 사채업자 2명이 딜러를 잡으려고 뛰어다니고

딜러가 소파 위를 도망다니던 장면이

지금까지도 너무 선명하게 남아있어요.


결론

돈이라는 건 얼마나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떻게 쓰고 어떻게 모으는 것.

그건 딜러 각자의 몫으로 남는 거예요.


다음 에피소드 예고

카지노 고객이 다 돈이 많은 건 아니에요.

설날에 갈 곳이 없어서 카지노에 온 사람들도 있어요.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


◀ 이전편 : EP.37 - 카지노 딜러는 해외 카지노에서 돈을 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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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7

EP.37 - 카지노 딜러는 해외 카지노에서 돈을 따나요?

 

테이블 뒤에서 사이드 베팅하는 고객들

EP.37 - 카지노딜러는 해외카지노에서 

             돈을 따나요?


라스베가스를 세번 가다

제가 카지노에 30년간 몸담으면서

회사에서는 해외 연수를 보내주었어요.

반드시 카지노가 있는 나라로요.

마카오, 호주, 미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카지노가 있는 나라에 해외 연수를 다녀왔어요.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연수로 갔다 오고

개인적으로도 두 번이나 더 갔다 와서

세 번 갔다 온 셈이에요.

그때마다 돈을 땄냐고 물어본다면?

땄다가 정답이에요. 


나만의 원칙

저는 원칙을 세워 놓고 게임을 하기 때문이에요.

같이 동행하여 연수를 간 딜러들은

간혹 딴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95%가 패전병이 되어서 돌아오는 걸 수없이 봤어요.

저는 어떤 원칙으로 게임을 했는지

그 경험을 털어놓아 볼게요.

그것은 바로 제가 정한 원칙을 반드시 지키는 거예요.


단순한 원칙

게임 시간과 가져갈 돈의 금액을 정하고 게임을 시작해요.

예를 들어 게임할 시간을 1시간으로 정하고

준비해간 돈이 $5,000이라고 한다면.

1시간만 게임을 하되 $5,000이 $50,000이 되어도

반드시 게임을 중단한다는 원칙이에요.

게임에 루징해도 1시간이라는 원칙은 절대 변하지 않아야 해요.


서서 베팅하는 이유

1시간 동안 한 테이블에 앉아서 게임을 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서서 베팅을 해요.

이것을 '사이드 베팅' 이라고 해요.

쉽게 말하면 테이블에 앉지 않고

옆에 서서 베팅하는 방식이에요.

예전에는 한국 카지노에서는 허용이 잘 안 됐는데

지금은 일부 테이블에서는 허용이 되고 있어요.

해외 카지노에서는 대부분 사이드 베팅은 허용이 잘 돼요.

서서 게임하는 데는 이유가 다 있어요.

1시간 동안 카지노를 두루 다니면서 

HOT된 테이블을 찾는 거예요.

HOT 테이블이란?

한쪽 방향으로 결과가 계속 이어지는 테이블이에요.

예를 들어 바카라에서 뱅커가 연속으로

10번이고 20번이고 계속 나오는 경우예요.

이걸 줄을 탄다고 표현해요.

각 게임 테이블마다 모니터가 설치되어

진행하고 있는 결과값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데

저는 돌아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결과값을 보고

뒤에 서서 사이드 베팅을 해요.

주로 바카라 게임을 하는데

결과값이 줄을 타고 내려오면 그곳에 베팅을 해요.

줄이란?

같은 결과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해요.

뱅커가 계속 나오면 뱅커 줄.

플레이어가 계속 나오면 플레이어 줄이에요.

그러다가 어떤 테이블에서 28번까지 줄을 탄 적이 있는데

저는 20번째부터 베팅을 하기 시작해서

불과 9번 베팅에 $10,000을 딴 적이 있어요.

$1,000로 시작해서 $11,000 조금 넘게 환전을 했어요.

줄이 바뀌면 미련 없이 그 테이블을 바로 떠나야 하는데

이게 제 원칙이에요.


딴 돈은 다 써요

저는 한 테이블에 앉아서 밤을 세우지도 않고

베팅할 돈이 바닥이 나면 신용카드를 긁거나

동료 딜러들에게 빌리면서 게임을 연명하지도 않아요.

1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카지노 탐색도 하면서 즐겨요.

그리고 딴 돈은 본전만 남기고 무조건 다 쇼핑하면서 써요.

가족들 선물도 마음껏 사고.

현지에서 먹고 싶은 것은 다 사 먹었어요.

카지노에서 돈을 다 잃은 동료들에게 스낵바에서 

시원한 맥주와 식사를 사주기도 하고요.

귀국할 때는 캐리어 가득 쇼핑한 선물을 들고 항상 즐거웠어요.

그래서 저는 카지노 연수를 다녀오면 항상 행복했어요.


회사가 게임비를 대준다고요?

연수를 갈 때는 회사에서 게임을 하도록

직급별로 달러로 지급을 해줘요.

그것도 카지노 직원들만의 특권인 셈이에요.

고객의 입장에서 게임을 경험해보고

딜러로서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우물 밖의 세상도 경험해 보고 오라는 취지예요.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카지노 게임을 하라고 

회사가 밑천을 대주는 거니까 특이하기도 하겠죠. 


결론

카지노 딜러들도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일반인들과 똑같아요.

카지노 딜러는 게임의 룰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카지노 게임의 노하우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도

인간의 돈을 많이 따고 싶은 욕심이 이성을 마비시키거든요.

고작 1시간이라는 가장 단순한 원칙도 못 지킨다는 거예요.

내가 정한 각자의 원칙을 지키는 것.

그것이 가장 값진 교훈이에요



다음 에피소드 예고

고참 딜러들은 손목에 롤렉스를 차고 출근했어요.

그런데 사채업자가 여자 휴게실에 나타났어요.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


◀ 이전편 : EP.36 - 카지노 딜러들이여! 미스테이크를 많이 하세요~

◀ 다음편 : EP.38 - 카지노 딜러들의 돈 씀씀이


2026-06-15

EP.36 - 카지노 딜러들이여! 미스테이크를 많이 하세요~

 

딜러가 튕긴 공에 맞은 대머리고객 모습

EP.36 - 카지노 딜러들이여! 

             미스테이크를 많이 하세요~


제가 입사했을 때는 나잇타임이었어요.

3개월을 해야만 했어요.

모든 신체의 생체 리듬이 다 깨지는 걸

그때는 잘 몰랐어요.

퇴사한 지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나잇타임을 떠올리면 공포스러워요.


담배 연기 자욱한 영업장

나잇타임 근무교대를 해서 영업장에 들어가면

고객들로 영업장이 꽉 차서

손으로 헤치면서 교대를 하곤 했어요.

그때는 고객들이 영업장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어요.

담배 연기가 자욱해서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그런 환경에서 갓 입사한 뉴딜러가

자기 안방처럼 드나드는 능구렁이 같은 고객들을 상대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뉴딜러의 실수를 유도하는 고객들도 있었고.

테이블에 고객들이 칩스를 두고 잠시 자리를 비우면

몰래 칩스를 훔쳐가는 고객들도 많았어요.

나중에는 칩스 도난 사건이 자주 발생해서

투명한 아크릴로 뚜껑을 덮어

고객의 칩스에 손을 못 대게 하기도 했어요.


룰렛 공이 튕겨서 날아갔어요

딜러의 실수는 유독 나잇타임에 많이 발생해요.

충분한 숙면을 못 한 딜러들은

엉뚱하고 황당한 실수를 하거든요.

제가 뉴딜러일 때 한 실수 중에 아직도 생각나는 게 있어요.

룰렛 게임에서 휠을 돌리고

반대 방향으로 공을 돌려 휠 아래로 떨어뜨려야 해요.

그런데 미숙한 딜러는 가끔 공이 허공으로 튈 때가 있어요.

그날 제가 돌린 공이 튕겨서

바로 앞에 있는 대머리 고객의 머리 위에 맞았어요.

그리고 튕긴 공이 옆에 앉은 고객의

남방 주머니 속으로 쏙 들어간 거예요. ㅋㅋㅋ

너무 웃겼지만 게임을 빨리 진행시켜야 해서

고객에게 주머니에 공이 들어갔으니 꺼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고객이 씩 웃으면서 도망을 가는 거예요.

담당 플로어펄슨과 환전 딜러가

공을 쥐고 도망가는 고객을 쫓아다니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웃겨서

저는 배꼽을 잡으며 다른 고객들과 웃고만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도망친 고객은

카지노에 온 기념으로 그 공이 갖고 싶었던 거였대요.

지금 생각하면 그냥 선물로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올페이(All Pay)

카지노에서 실수를 하면

상황보고서와 경위서만 쓰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손실금이 발생했으면 제일 큰 사건은 올페이로 마무리해요.

올페이(All Pay)는 게임의 승부에 상관없이

고객들에게 전부 페이를 해주는 거예요.

딜러의 실수가 막중해서

하우스가 딜러 대신 책임을 지고 페이를 해주는 거죠.

딜러의 급여에서 공제를 하는 건 아니지만

하우스는 손실금이 생겨요.

손실금은 만 원 단위에서 억 단위로 발생하기도 해요.

그래서 딜러의 실수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딜링 교육도 많이 하고

게임 중에 카드 숫자를 딜러가 말하는 콜링도

무조건 크게 해야 한다고 수없이 교육을 받아요.


플로어펄슨의 역량

딜러의 실수는 플로어펄슨의 대처 능력에 따라 달라져요.

큰 실수도 손실금 없이 조용히 처리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작은 실수도 대처를 잘 못해서 손실금이 발생하기도 해요.

찌질했던 딜러가 플로어펄슨이 되면 역량을 잘 발휘하기도 하고.

베스트 딜러였던 딜러가 찌질한 플로어펄슨이 되기도 해요.

그래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가보면

나이 많이 든 딜러가 테이블에서 딜링을 하고

젊은 플로어펄슨이 뒤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은 딜러 → 플로어펄슨 → 핏보스 → 팀장 → 이사 → 상무 → 총지배인

이런 체계가 있지만.

미국은 딜러만 원하면 퇴사할 때까지 딜러만 할 수 있다고 해요.


미스테이크가 내 무기가 되다

저도 뉴딜러 시절 실수를 누구보다 많이 했어요.

하지만 똑같은 실수는 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어요.

그러다 보니 차츰 실수도 줄었어요.

플로어펄슨이 되어서는 오히려 그 많은 실수의 경험이 빛을 발했어요.

누구보다 딜러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대처도 잘했고.

딜러들도 웬만하면 다 커버를 해줬어요.

"저 테이블에 배정되면 마음이 편하다"는 말을 들을 때가 제일 좋았어요.

딜러들 사이에 저의 어록이 생겨서 연말 직원 장기자랑에서 

누군가 제 어록으로 성대모사를 해서 상을 받기도 했어요.

제 어록 중에 제가 딜러들한테 자주 하는 말이 있었다는 뜻이겠죠.

"실수해도 다 괜찮아. 근데 똑같은 실수는 하지 말아라."


전 세계에서 한국 딜러가 최고예요

저는 전 세계 카지노를 다 가봐도

한국 딜러만큼 똑똑한 딜러를 본 적이 없어요.

룰렛 계산도 한국 딜러는 계산기 없이도 통밥과 머리로 척척 해요.

바카라 게임에서 뱅커에 맞으면 5% 커미션 계산도 척척.

블랙잭이 나오면 베팅 금액의 1.5배 계산도

한국 딜러만큼 정확하고 빠르게 해내는 걸 본 적이 없어요.


한국의 카지노 딜러님들께

인간이니까 실수하는 거예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단, 카지노 선배로서 한 가지만 조언할게요.

똑같은 실수는 다시는 하지 마세요.

그러면 실수를 많이 할수록

언젠가는 베스트 딜러가 되어 있을 거예요.

제가 그랬거든요.

실수를 누구보다 많이 했어도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어요.

전 세계에서 당신들이 최고예요.

자부심을 가지세요.

화이팅!!!


다음 에피소드 예고

카지노 딜러는 해외 카지노에서 돈을 딸까요?

저는 딸 때마다 원칙이 있었어요.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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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편 : EP.37 - 카지노 딜러는 해외 카지노에서 돈을 따나요?



2026-06-14

EP.35 - 카지노 직원들의 승계된 승부욕

호텔직원들과 체육대회하는 모습
 


EP.35 - 카지노 직원들의 승계된 승부욕

카지노 직원들은 유난히 승부욕이 강해요.

처음 입사했을 때는 그 사실을 몰랐어요.


한마음 체육대회에서 드러난 것

호텔과 카지노가 1년에 한두 번씩 한마음 체육대회를 열었어요.

이상할 정도로 항상 카지노가 이겼어요.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도 호텔직원들보다 더 월등했고

줄다리기, 제기차기, 보물찾기, 공굴리기, 박 터트리기듣도

종목을 막론하고 무조건 다 이겼어요.

어느 해인가 호텔 노조위원장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나요.

"카지노 직원들은 처음부터 이기려고 달려들어요.

눈빛부터 호텔 직원과 다르고 태세부터가 아주 남달라요."

"우리 호텔 직원들과 붙으면 백전백승이니

기가 죽어서 내년부터는 체육대회도 못하겠네요."

그 말이 틀리지 않았어요.


왜 그럴까요?

아마도 그것은 직업 때문인 것 같아요.

한마디로 말하면 일종의 '직업병'이예요.

카지노 직원들은 출근하면 고객들과의 게임에서 이겨야 해요.

이기는 것. 그게 딜러들의 일이고 소명과도 같아요.

회사가 WIN 하려면 직원 모두가 이기길 염원해야 하거든요.

게임이 큰 고객들에게 회사가 며칠 동안 루징하고 있으면

전 직원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 기를 모으기 시작해요.

그렇게 좋아하고 즐기던 술도 자제하고

경거망동한 행동은 당분간 삼가고

본인들이 할 수 있는 나름대로 방법을 생각해내고 조심해요.

그러면 루징하던 하우스의 밸런스가 상승세를 타고

올라오기 시작하고 결국 하우스 WIN으로 마감해요.

고객이 게임만 길게 해준다면 회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해요.

저는 그런 경우를 하도 많이 겪어서 이상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카지노 직원들의 믿음과 확신의 힘은 훨씬 강력해요.

우리가 이긴다고 믿으면 반드시 이겨요.

우리는 이기려는 태세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아주 오래전부터 몸으로 깨달은 자들이에요.


편법은 없어요

마음먹기가 제일 중요해요.

마음만 먹으면 그 뒤는 일사천리로 다 돼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이상한 편법을 쓰는 건 하나도 없어요.

그런 걸 아는 사람도, 가르쳐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요.

불법 사설 카지노에서는 블랙 셔플이라는

고객을 속이는 기술을 딜러들에게 가르친다고 들었지만

저희 카지노 직원들은 그런 편법에 관심조차 없었어요.

항상 정당하게 정해진 룰 안에서 게임을 했으며

마음가짐을 제대로 갖고 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라요.

이것은 바로 <프로정신> 이예요.


승계되는 프로정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프로정신은 승계되고 

대를 이어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프로정신이 승계된 우리 후배 카지노 딜러들은

오늘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거예요.


다음 에피소드 예고

룰렛 공이 대머리 고객 머리에 맞았어요.

그리고 옆 고객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어요

고객이 룰렛 공을 가지고 도망갔어요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


◀ 이전 편 : EP.34  - 카지노 직원들의 회식문화

◀ 다음 편 : EP.36 - 카지노 딜러들이여! 미스테이크를 많이 하세요~

2026-06-13

EP.34 - 카지노 직원들의 회식문화

새벽 6시 첫 회식 모습
 


EP.34 - 카지노 직원들의 회식문화


34년 전 첫 회식이 아직도 기억나요.

나잇타임 근무를 마치면 오전 6시.

영업장 플로어펄슨들이 새로 입사한 우리 동기들한테

맛있는 거 사주겠다며 퇴근하고 오라고 했어요.

데려간 곳은 복국집이었어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복국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복국과 복수육, 복껍질무침.

복국은 시원했고

복수육은 마치 닭가슴살을 먹는 듯 담백했어요.

복껍질무침은 야들야들하고 쫄깃하면서

새콤달콤 맛있었어요.

그리고 새벽 6시에 복국과 함께 마시는 소주는

위에서 장까지 내려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밤새 고객들과 선배들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은 욕구와 함께 마시면

더 잘 마셔지고 잘 취했어요.

저는 주당이신 부친을 닮아 선천적으로 주량이 세서

그 당시 소주 2병도 거뜬히 마실 정도였어요.

선배들이 잘 사주고 회식에 자주 초대했던 이유가 있었죠. 


카지노 회식 문화

입사하고 3개월은 거의 매일 회식이 있었어요.

회사에서도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은

타임별로 전체 회식이 있었고요.

카지노에서 회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어요.

그날 하우스(회사)실적이 좋으면 회식.

실적이 나쁘면 또 회식.

부장급 이상이면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

카드 한도만큼 간부들에게 카드를 양도해서 쓰기도 했어요.


귀를 물어뜯다

회식을 권장하는 문화이다 보니

술 때문에 사건 사고도 많았어요.

그중에서도 잊히지 않는 사건이 있어요.

마케팅 직원들과 남자 딜러들이 회식을 하고

마지막에 딜러의 자취방에서 2차를 했는데

시비가 붙어서 딜러가 마케팅 직원의 귀를 물어 뜯은 거예요.

추운 겨울이었는데 만취 상태라서

따뜻한 방에 떨어진 귀 조각을 두고 응급실로 그냥 가버린 거예요.

담당의사는 빨리 귀 조각을 찾아오지 않으면

응급수술을 못 하고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했고

급하게 자취방에 달려가 귀 조각을 찾아와서

간신히 귀봉합 수술을 했어요.

당시 이 사건은 웃기면서도 놀란 일이었는데

그 밖에도 회식 뒷이야기는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아요.


데이타임이 끝나는 밤 10시

카지노는 3교대라 퇴근 시간이 다 달랐어요.

오후 2시. 밤 10시. 새벽 6시

이중에서도 회식하기 제일 좋은 타임은

데이타임이 마치는 밤 10시였어요.

밤10시부터는 밤문화가 시작되는 시간이거든요.

그 시간에는 미식거리도 많고 즐길 곳도 많아요.

다음 날 오후 2시부터 근무라서

아침에 일찍 일어날 부담도 없고요.

그래서 흥청망청 마시고 노는 회식 문화가 생긴 거예요.

회사 근처에서 회식을 하게 되면 

카지노 직원들을 우연히 자주 만났어요.

어떤 날은 한 곳에서 카지노 직원 3~4팀이 

동시에 회식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나잇타임이 끝나는 새벽 6시에는 문 연 곳이 

손꼽을 정도라서 서로 만날 수밖에 없었어요.


회식문화가 만들어낸 것들

카지노 영업장(도박장)에서 일하고 나와서

근무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와

술과 담배로 스트레스를 풀고 회식을 하는 카지노 문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았지만

이 회식 문화가 있어서 카지노 직원들은

서로 단합하고 뭉치는 팀워크를 만들었어요.

그 힘으로 적들(고객들)과 싸우고(게임하고)

전장(영업장)에 다시 출정(출근)할 수 있었던 거 아닐까요?

지금은 카지노 회식 문화도 많이 변했고 희석되었지만

다음 날 출근은 잊은 채 마음껏 청춘을 불살랐던

다시 못 올 그 시절이 가끔은 그리워요.


다음 에피소드 예고

카지노 직원들은 체육대회에서도 무조건 이겼어요.

노래면 노래, 줄다리기면 줄다리기.

종목을 막론하고요.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


◀ 이전 편 : EP.33 - 카지노 딜러의 결혼과 출산

2026-06-11

EP.33 - 카지노 딜러의 결혼과 출산

임신한 딜러의 딜링하는 모습
 

EP.33 - 카지노 딜러의 결혼과 출산


1992년 제가 입사했을 때.

여자 딜러는 결혼을 하면 그만둬야 했어요.

더 다니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서 다닐 수가 없었고.

근로기준법과는 상관없이

결혼과 동시에 퇴사를 해야 했어요.

그건 항상 여자 딜러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었어요.



임신한 딜러의 끗발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어요.

여자 딜러가 임신을 하면 끗발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이상하게도 임신한 딜러가 테이블에 들어가면

win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설명할 수가 없는 현상이었어요.

이 사실을 아는 플로어펄슨들은

루징하고 있는 테이블에 임신한 딜러를 약처럼 쓰기도 했어요.

비장의 무기였던 거예요. 


전설의 선배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전설처럼 내려오는

여자 선배가 한 명 있었어요.

결혼을 하고 임신을 했는데

회사가 퇴사를 강요했어요.

퇴사를 거부하자 회사는 그 선배를 영업장이

아닌 곳으로 발령을 냈어요.

카지노에서는 그린하우스라고 불렀어요.

결격사유가 있어 퇴사를 하지 않고

버티는 직원들을 보내는 곳이었어요.

결국 회사는 선배를 해고를 했고

선배는 부당해고에 반발해서 임신중 임에도

법적으로 대응하여 법원을 다니며 싸웠어요.

그러다 무리를 했는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는지.

결국 유산을 했어요.

제가 입사했을 때 그 선배는 법적으로 승소하고 복직해 있었어요.

그런데 회사는 승진도 안 시켜주었고

뒷방 노인처럼 회사를 다니고 있었어요.

카지노에서 드물게 박사학위까지 받은 인재였는데도요.


카지노업계 최초 출산휴가

제가 여성 노조위원장일 때

카지노업계 최초로 출산휴가를 받아냈어요.

여자 딜러는 본인이 원하면 1년까지 출산휴가를 쓸 수 있었어요.

산전 산후 90일은 유급, 그 외는 무급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였어요.

어떤 여자 딜러는 첫째 낳고 휴가 냈다가

복직하고 바로 둘째 임신해서 또 출산휴가를 내고.

그렇게 셋째까지 낳은 딜러도 있었어요.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것들

지금 근로기준법을 보면 정말 잘 되어 있어요.

배우자 출산휴가도 기존 10일에서 20일 유급으로 두 배 늘었고

분할 사용도 가능해지고.

34년 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어요.

이 모든 혜택들이 여성 노조위원장이 있는 

노조의 광기 어린 몸부림의 결과예요.

지금 너무도 당연하게 이 혜택을 누리는 후배 딜러들은 알까요?

예전에는 누려보지도 못하고 등 떠밀려 퇴사한

선배들의 억울한 희생이 있었다는 걸...


정작 나는

이 많은 혜택을 만들었어도.

정작 당사자인 저는 혜택을 누리지 못했어요.

지금도 남편한테는 그게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그때 제가 싸우지 않았다면.

지금 그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도 없었을 테니까요.


다음 에피소드 예고

야간근무를 마치고 새벽 6시.

선배들이 복국집으로 데려갔어요.

소주와 함께 청춘을 불살랐던 그 시절 이야기.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


◀ 이전 편 : EP.32 - 카지노 여휴게실 하극상, 이유가 타당하면 이길 수 있다

◀ 다음 편 : EP.34 - 카지노의 회식문화

2026-06-06

EP.32 - 카지노 여휴게실의 하극상도 이유가 타당하면 이길 수 있다

 

                                      고참딜러의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신입딜러 모습


EP.32 - 카지노 여휴게실의 하극상도

             이유가 타당하면 이길 수 있다


입사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예요.

그 시절 카지노 휴게실은

어떻게 보면 군대보다 더한 곳이었어요.


대졸 신입의 설움

카지노는 나이가 들어서 입사하면 여러모로 불리해요.

우리 동기말고 그 윗기수들은 거의 고졸 출신으로 뽑았었어요.

나이도 어렸고 결혼하면 그만둬야 하는 분위기라

회사 입장에서는 고졸 출신이 여러모로 유리했던 거예요.

그런데 우리 동기부터 달라졌어요.

외국어를 전공한 대졸 출신들을 뽑아서

마케팅팀에 보내기 시작한 거예요.

당연히 선배들보다 나이가 많았어요.

그래도 1년간 언니라고 부르며 선배 대접을 해야 했어요.


담배나 피는 골초년 주제에

우리 동기 중에 제일 나이가 많은 언니가 있었어요.

그날은 우리보다 3기수나 위인 선배가

그 언니한테 별것도 아닌 걸로 욕을 했어요.

그 시절엔 선배가 욕을 해도 받아들여야 했어요.

두루마리 휴지를 던져도 그냥 맞아야 하는 시절이었어요.

근데 결정적인 말 한마디가 동기 언니를 빡치게 만들었어요.

"담배나 피는 골초년 주제에."

그 동기언니는 담배 골초였어요.

그 언니의 엄마가 딸이 담배 피우는 걸 너무 싫어하셔서

청소하시다가 집에서 담배를 발견하면 도마 위에 올려놓고

동기언니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담배개비를

부엌칼로 내리쳐서 잘랐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동기언니는 집에서는 못 피우고 밖에서만 피웠어요.

회사에서도 신참이라 제대로 못 피우다가

왕고참 언니하고 담배를 피우면서 친해졌고

왕고참이 예외적으로 신고식도 마치지 않은

신참인 동기언니에게 담배를 피우도록 허락해준 거였어요.

그걸 두고 3기수 위 선배가 골초년이라고 막말을 한 거예요.


머리채를 잡다

동기 언니가 빡쳐서

그 고참의 머리채를 잡고 놓지를 않았어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머리채 잡힌 고참도 당황했어요.

우리 동기들은 훗날이 너무 걱정됐어요.

그래서 울면서 언니의 허리를 잡았어요.

5명이 나란히 기차놀이 하듯이 허리를 잡고

"언니! 그만해. 우린 참아야 해!"

그렇게 말리고 말리고 또 말렸어요.

이제 우리는 단체로 핫타임을 받겠구나 싶었어요.

핫타임은 동기 중 한 사람이라도 크게 잘못하면

그 타임 동기들이 단체로 벌을 받는 거예요.


반전

동기 언니가 저한테 말했어요.

"걱정하지 마. 나만 믿어."

그리고 퇴근을 했어요.

다음 날.

왕고참 언니가 머리채를 잡혔던 고참을 앉혀놓고

야단을 쳤어요.

"내가 담배 피워도 괜찮다고 허락했는데

왜 그걸 가지고 골초년이라고 막말을 해?"

"그럼 나도 왕골초년이라고 하지 그러냐?"

"아무리 신입이라도 말을 가려서 해야 해."

"앞으로 담배 피우는 걸 가지고 입을 대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가만히 안 둘 거야."

동기 언니가 퇴근하고 바로 왕고참이 쉬는 날인데

찾아가서 억울하다고 읊조린 게 효과가 있었던 거예요. ㅋㅋㅋ


결말

그렇게 우리는 핫타임 없이

그 무서운 하극상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어요.

왕고참하고 친분이 있으면

대기실 생활이 아주아주 편했어요.

군대 생활도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카지노에서 하극상도

이유가 타당하면 이길 수 있어요.

그럼 군대도 그런가요?


다음 에피소드 예고

1992년, 여자 딜러는 결혼하면 그만둬야 했어요.

임신은 말할 것도 없었고요.

그걸 바꾼 사람이 있었어요.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


◀ 이전 편: EP.31 카지노 신입 딜러 신고식

◀ 다음 편: EP.33 카지노 딜러의 결혼과 출산




2026-06-01

EP.31 - 카지노 신입 딜러 신고식

 

여휴게실에서 신입딜러의 신고식하는 모습


EP.31 - 카지노 신입 딜러 신고식


지금은 카지노에 신고식이라는 게 없어졌어요.

하지만 제가 일하던 시절엔 달랐어요.


신고식이란?

신입 딜러가 입사하고 6개월쯤 지나면.

팝콘도 오르고 카지노 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했을 때.

고참들이 신입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자리가 있었어요.

그게 바로 신고식이었어요.

신입들이 돈을 모아서

떡, 과일, 김밥, 편육, 과자 등을 준비해왔어요.

각 타임별로 진행됐어요.

영업장에서 딜을 하고 휴게실에 올라오면.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선배 고참들이 궁금한 점을 질문했어요.


제일 먼저 나오는 질문

고참들이 신입한테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이 있었어요.

"추천인이 누구야?"

그 다음이 나이였어요.

추천인이 궁금한 건 이유가 있었어요.

대부분 아는 직원이나 간부, 임원의 추천으로 입사했거든요.

지위가 높은 분의 추천으로 입사한 신입은

조금은 덜 괴롭히고 조심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순간 조용해진 휴게실

드디어 제 신고식 순서가 왔어요.

인천에서 왔다고 했고 나이도 말했어요.

그리고 추천인을 말했어요.

그 당시 카지노의 제일 실세였던 전무님 추천이라고.

순간 휴게실이 조용해졌어요.

저를 조금 경계하는 분위기였어요.

당시 호텔과 카지노 사장이 겸임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 카지노 전무님의 추천으로 입사했다는 건.

뒤에 든든한 빽이 있다는 뜻이었거든요.


노래로 무사통과

저는 춤은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노래는 자신 있었어요.

노래를 불렀고

무사히 통과하는 분위기로 마무리됐어요. ㅋㅋㅋ


신고식 이후 달라진 것들

신고식을 마치고 나서

전무님 추천이라는 소문이 다 퍼졌어요.

일하면서 간부들도 저를 조심하는 분위기였고.

저를 대하는 태도가 전보다 조금 부드러워졌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3개월 교육기간에도 추천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는 말을 하지 않았거든요.

이렇게 효과가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말할 것을 하고 후회가 됐어요. ㅋㅋㅋ


비로소 딜러로 인정받다

신고식까지 다 마치면

비로소 딜러로서 인정을 받았어요.

휴게실 생활도 조금은 유연하고 편해지는 분위기로 바뀌었어요.

그렇게 슬기로운 딜러 생활이 시작되는 거였어요.


다음 에피소드 예고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예요.

동기 언니가 고참의 머리채를 잡았어요.

우리는 5명이 기차놀이를 하며 말렸어요.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


◀ 이전 편: EP.30 - 카지노에서 가장 많이 본 고객 유형

◀ 다음 편: EP.32 - 카지노 여휴게실의 하극상도 이유가 타당하면 이길 수 있다



EP.44 - 카지노에서 고정관념을 깨다

  유니폼 바지를 입고 즐거워 하는 딜러들 EP.44 - 카지노에서 고정관념을 깨다 카지노에 있으면서 저는 고정관념을 깨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을 이야기해볼게요. 바지 유니폼 최초 도입 제가 입사했을 때 여자 딜러의 유니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