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5

EP.42 - 핏보스, 손가락 하나로 몇십억을 쥐다

 

핏보스가 테이블 배치하는 모습


EP. 42 - 핏보스, 손가락 하나로 몇십억을 쥐다


플로어펄슨으로 인정받고 나니 다음 자리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핏보스(Pit Boss)는?

카지노 영업장에서 플로어펄슨 위에 있는 직급이에요.

카지노마다 규모나 인원 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희는 핏보스가 쉬프트별로 2명씩 총 6명이었어요.

팀장은 쉬프트별 1명씩 총 3명.

플로어펄슨, 핏보스, 팀장을 통털어 저희끼리는 '간부'라고 불렀어요.


1시간 먼저 출근하는 핏보스

핏보스가 되면 무조건 1시간 일찍 출근해야 했어요.

지금은 출근 인원을 PC 프로그램에 넣고 랜덤으로 돌리면 

테이블 배치가 자동으로 나오지만 예전엔 달랐어요.

출석부처럼 이름 빼곡한 명단을 펼쳐놓고

플로어펄슨부터 딜러까지 한 명 한 명 손으로 체크하면서 

100% 수기로 테이블 배치를 짰어요.

이 배치에 따라 하우스 발란스(수익)가 확 요동쳤어요.

핏보스의 손가락 하나가 몇 십억을 쥐고 흔드는 거였어요.

그래서 핏보스는 누구보다도 심리적 압박감이 진짜 컸어요.

그러다가 발란스가 안 좋으면 바로 다른 핏보스로 교체됐어요.

플로어펄슨도 마찬가지로 발란스에 따라 교체되었고

거기에는 팀장도 예외가 없었어요.

테이블 상황에 따라서 달랐지만, 게임이 긴박하게 진행될 때에는

새 전략을 짤 시간도 없이 패전병이 되어

급하게 간부들의 포지션이 바뀌기도 했어요.

포지션이 바뀌는 이런 일들은 너무 흔히 있는 일이라서 

그거 하나하나에 상처받으면 카지노에서 버티기 힘들어요.

우리 모두 카지노 끗발은 다 돌고 도는 것이라 생각하고

담대하게 마음먹어야 해요.

신의 영역과도 같은 그 끗발이라는 놈에게

인간이 휘둘리고 상처받으면 안 되거든요.


간부조회, 그리고 전체조회

간부들이 출근하면 먼저 간부 회의실에서 간부 조회가 있었어요.

간부 조회에서 1차로 전달사항, 교대 인수인계, 사건사고 보고등이 끝나면

2차로 간부들과 출근한 직원들이 다 모여 전체 조회시간이 바로 이어졌는데

마치 학교의 조회시간처럼 한자리에 다 모였어요.

전체 조회시간이 끝나면 바로 영업장으로 내려가서 근무가 시작되는 거예요.

근태관리와 미스테이크의 최종 처리도 다 핏보스 몫이었어요.

핏보스는 챙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는 핏보스일 때 항상 뛰어다녔어요.


그래도 플로어펄슨이 더 좋았어요

핏보스로 승진은 했지만, 솔직히 저는 플로어펄슨 때가 더 좋았어요.

게임 테이블 바로 옆에 서서 영업장의 분위기와 흐름을 읽고

고객이랑 눈빛 맞추고, 딜러들이랑 이기려고 작전 짜고

현장 한가운데 있는 그 역동감이 훨씬 좋았거든요.

핏보스는 영업장 전체를 봐야 하는 자리예요.

그리고 더 넓게, 더 높게 봐야 했어요.

저는 오히려 핏보스가 현장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선 느낌이었어요.

직급 올라가고 현장에서 멀어지는 게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더라고요.


골목대장 짓

핏보스가 된 후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끊이지 않았어요.

그중에서도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 사건이 하나 있어요.

어느 날 제가 출근해서 테이블 상황을 파악하기위해 

영업장을 돌고 있는데 남자 플로어펄슨이 다급하게 말을 걸었어요.

화장실이 너무 급한데 올 스테이를 해서 교대해 줄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고객이 많은 날은 게임 테이블이 출근인원에 비해 많이 오픈 되기 때문에

이럴때 플로어펄슨들은 교대 없이 계속 서 있어야 하거든요.

이런 상황을 저희는 '올 스테이(All Stay)'라고 불렀어요.

올 스테이에는 딜러들도 예외는 없었어요.

올 스테이는 화장실 갈 틈도 안 주는 진짜 난감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저는 화장실이 급하다는 그 플로어펄슨을 화장실에 보내고 

제가 대신 테이블을 봐주고 서있었어요.

그런데 이걸 본 팀장이 오해를 한 거예요.

제가 플로어펄슨들을 쉬게 해주려고 핏보스의 역할도 잊고

플로어펄슨의 테이블을 대신 봐준다고 생각한 거죠.

다혈질이었던 그 팀장이 제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영업장 한복판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담당 플로어펄슨 당장 내려오라고 다그쳤어요.

고객들과 딜러들이 다 보고 있는 영업장에서 

팀장이 그렇게 크게 소리 지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어요.

저는 그 자리에서 굳이 해명을 하지 않았어요.

그날 팀장은 간부 종례 시간에 간부들을 다 모아놓고

화가 덜 풀렸는지 큰소리로 간부의 자질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놨어요.

저는 30분 정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도저히 못 참고 한마디 했어요.

"팀장님, 이제 그만 좀 하시죠"

그러자 팀장은 저만 남기고 나머지 간부들을 다 내보냈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

"너 언제까지 골목대장 짓 할 거야?"

그 골목대장이 뭐냐면, 노조위원장을 뜻하는 말이었어요.

제가 아직도 노조위원장 시절 습관을 못 버리고 대든다는 거였죠.

저는 부하직원에게 화장실 교대를 해준 것밖에 없는데

졸지에 팀장에게 대들고 하극상 저지른 핏보스가 됐어요.

저는 너무 기가 막혀서 아무 말도 하기 싫었어요.

다음 날 아침에 저는 징계위원회 회부된다는 통보와 함께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연차로 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팀장이 총지배인한테 가서 앞뒤 다 자르고

제가 간부 종례시간에 대들고 하극상 발언했다고 보고를 한 거예요.

총지배인은 팀장의 말만 믿고 조직의 위계질서를 바로 잡으려고

저를 징계위원회에 올리기로 결정을 한 거였어요.


총지배인과 면담하다

정말 억울하고 황당했어요.

그래서 총지배인을 직접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어요.

자초지종 설명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니 총지배인은 이렇게 말했어요.

"네가 화장실 교대해준 것까진 잘했어"

"그런데 간부 휴게실에서 팀장이 훈계하며 기강을 잡으려는데 

네가 그만하라고 찬물을 끼얹었잖아. 팀장 체면도 있는데..."

그러면 핏보스인 제 체면은 없냐고 반론했어요.

그랬더니 총지배인이 이러는 거예요.

"팀장은 다른 간부들을 다 내보내고 너하고 단둘이 있을 때 뭐라고 한 거잖아. 

최소한 너의 체면은 살리려고 노력을 한 것이지"

총지배인의 그 논리가 참 씁쓸했어요.

그러면서 총지배인은 조직에서 위계질서 해치며 대드는 건 용납 못 한다면서

팀장한테 정중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했어요.

저는 팀장을 따로 만나 사과는 했지만 용서까지 구하고 싶진 않았어요.

저는 팀장에게 자초지종을 침착하고 조용하게 설명을 하니 

팀장은 그제야 제가 화장실 교대해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팀장도 조금은 누그러졌고 이 일로 징계위원회를 열게 되면 

팀장의 입지도 플로어펄슨들에게 우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제 사과를 쿨하게 받아줬어요.

그리고 팀장은 이 일 때문에 총지배인에게 보고는 했었지만 

징계위원회를 열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갑자기 총지배인이 징계위원회를 열라고 해서 당혹스러웠다고 말했어요.

저는 이번 기회에 징계를 한번 받아보고 좀 쉬어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결국 징계위원회는 열리지 않았어요.

제가 노조위원장일때 직원들의 징계가 있게 되면 

노조위원장도 징계위원회에 참석을 해야 해서 수없이 참석을 했었어요.

그런데 하마터면 제가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당사자가 될 뻔한 사건이었어요.


2026-07-15

EP. 41- 박과장님! 그땐 욕해서 미안해요~

 

간부 휴게실에서 혼나는 장면












EP. 41 - 박과장님! 그땐 욕해서 미안해요~


번외편을 시작하며...

"Goodbye, my casino!"로 이야기를 다 마쳤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리하다 보니, 미처 꺼내지 못한 이야기가 몇 편 남아 있었어요.

30년 세월 중에서도 유독 생생하게 남아있는 순간들

그리고 미처 다 풀어내지 못했던 뒷이야기들을 번외편으로 이어서 풀어볼게요

그 첫 번째는, 신입 딜러 시절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상사 이야기예요.

EP.44 - 카지노에서 고정관념을 깨다

  유니폼 바지를 입고 즐거워 하는 딜러들 EP.44 - 카지노에서 고정관념을 깨다 카지노에 있으면서 저는 고정관념을 깨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을 이야기해볼게요. 바지 유니폼 최초 도입 제가 입사했을 때 여자 딜러의 유니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