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0

EP.40 - Goodbye, my casino!

 

퇴직 마지막날 모습




EP.40 - Goodbye, my casino!


인생에서 30년이라는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1992년 1월, 저는 카지노에 입사했어요.

그로부터 딱 30년이 지난 2022년 1월.

저는 카지노에서 퇴사를 했어요.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저는 매일 카지노 테이블로 출근했어요.

산전수전 다 겪으며 이 바닥의 베테랑이 되었다고 자부했고

내 은퇴식 역시 화려한 조명 아래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맞이할 줄 알았어요.

그러나 도박도 그렇듯이

인생은 늘 저에게 예상치 못한 패를 던져요.


코로나가 모든 걸 바꿨어요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제가 사랑했던 일터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어요.

전 세계 항공편이 끊겼어요.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VIP와 일반 관광객의 발길이 

완전히 끊기며 직격탄을 맞았어요.

마스크와 투명 아크릴 가림막 너머로

서로를 경계하며 게임을 진행하던 그 답답했던 나날들.

"금방 지나가겠지"라며 서로를 위로했던 휴직의 시간은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카지노 딜러가 포커 페이스를 마스크 페이스로 바꾼

웃지 못할 상황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 당시 휴직 기간 동안 비트코인이 대유행이었는데

직원들 중에 비트코인으로 큰 돈을 벌어서

집을 사고 차를 외제차로 바꾸는 등

코로나를 기회로 잡은 직원들도 있었어요.

위기에는 항상 기회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희망퇴직

2022년 초는 하루 확진자가 수십만 명씩 쏟아지던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였어요.

방역 피로감이 극에 달했고

카지노 업계의 누적 적자는 수천억 원에 달해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압박이 본격화됐어요.

회사는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시행했어요.

그 선두에 제가 있었어요.

저와 같이 입사해서 동고동락을 같이 한 동기는

50명 중 5명이 남았어요.

딱 10%만 남은 셈이었어요.

2년 동안 직원들이 격달로 휴직계를 쓰고 쉬면서

다들 지쳐있었어요.


마지막 날

2022년 1월.

저는 마침내 평생을 몸담았던 정든 일터에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서글픈 마침표를 찍었어요.

희망퇴직 서류에 서명을 하던 날의 공기는

유독 쓸쓸하고 묘했어요.

제가 쓰던 락카를 비울 때

락카 안에는 사원증, 이름표, 유니화, 유니폼.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찍은 빛바랜 사진 몇 장이 전부였어요.


야간근무를 신청하지 않았어요

다들 퇴사하기 전에 야간근무를 신청했어요.

퇴사하기 3개월 전에 야간근무를 하면

퇴직금이 천만 원 넘게 차이가 난다고 했거든요.

하지만 저는 야간근무를 신청하지 않았어요.

마지막 근무를 별 보며 보내기 싫었고

직원들과 제대로 작별인사를 하고 싶었고

회사도 어려운데 나까지 동참하기 싫었어요.


마지막 선물

후배가 저에게 꽃바구니를 선물했어요.

"선배님! 30년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카지노 주방에서는 딸기로 장식하고 

Bye라고 쓴 케이크가 올라왔고

미술을 전공한 여직원은 유니폼 입은 저의 모습을 

예쁘게 그려서 선물했어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지난 30년이 빛처럼 지나갔어요.


그날의 소리들

화려한 조명과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던 카지노.

칩스 부딪히는 소리.

딜러의 "노 모어 벳(No more bet)" 외침과 

슬롯머신의 기계음들.

손 소독제 짜는 소리.

마스크 너머의 웅얼거리는 목소리와 한숨 소리.

코로나라는 불가항력적인 재난 앞에서의 무력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하는 두려움.

저는 이 모든 것들이 오버랩 됐어요.


Goodbye, my casino!

30년 동안 매일같이 출근하던 그 길을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만감이 교차했어요.

정든 칩스와 테이블,푹신한 카페트,차고 딱딱한 대리석 바닥.

그리고 30년을 함께한 후배들을 뒤로하고

저는 카지노를 조용히 떠났어요.

Goodbye, my casino!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


◀ 이전편: EP.39 - 카지노의 No name 고객들을 아시나요?



EP.40 - Goodbye, my casino!

  퇴직 마지막날 모습 EP.40 - Goodbye, my casino! 인생에서 30년이라는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1992년 1월, 저는 카지노에 입사했어요. 그로부터 딱 30년이 지난 2022년 1월. 저는 카지노에서 퇴사를 했어요. 강산이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