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회상중인 나
EP.20 - 저는 카지노와 안 맞는 사람이었어요
사실 고백할 게 있어요.
저는 카지노와 안 맞는 사람이었어요.
소심하고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살았어요.
화투도 못 쳐요.
룰도 관심이 없고 배우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모르고 살았어요.
카지노 30년 다닌 사람이 화투를 못 한다니.
완전히 넌센스죠.
달콤한 월급과 봉사료의 함정
카지노에 있으면서 보람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행복한 순간이 기억나는 게 별로 없어요.
사실 매순간 그만두고 싶었거든요.
저는 카지노에 있는 30년 동안 평탄한 삶이 별로 없었고
힘든 순간이 훨씬 더 많았어요.
그런데도 회사는 계속 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직책이 올라갈수록 월급과 봉사료도 오르고
2개월씩 3교대를 로테이션하면 시간도 빨리가고
그렇게 30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를 받아준 유일한 분
노조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업장에 발령을 받아야 했어요.
그런데 어느 부서도 저를 받길 원하지 않았다고 해요.
10년 동안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회사와 싸워왔으니까요.
유일하게 저를 믿고 받아준 영업팀장이 한 분 계셨는데
소심하고 조용하지만 할 말은 하시는 분.
직원 편에서 생각하시는 분.
저하고 참 비슷한 분이었어요.
그분 덕분에 영업부 소속 뱅크에 발령을 받았어요.
뱅크는 업장의 칩스를 다루는 부서였어요.
저는 거기서 칩스 관리를 전부 배웠어요.
이름만 불러줬던 그분
저를 받아준 그 부장님은 나중에 임원이 됐어요.
아무도 그분이 임원까지 갈 거라고 생각 안 했거든요.
소심하고 조용한 분이었으니까요.
임원이 되고 몇 년 있다가 회사를 떠나셨지만.
유일하게 평판이 좋았던 분이에요.
둘이 있을 때 저를 직급 빼고 이름만 불러주셨어요.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고향인 전라도 장수에서 농사 지으신다고 하셨는데.
지금도 가끔 궁금해요.
잘 지내고 계시겠죠.
직책은 대리 발령
직책은 대리 발령이었지만 저는 개의치 않았어요
당시 제 동기들은 다 부장급이었어요.
10년 동안 노조위원장을 하면 승진을 못 하거든요.
복귀하면 동기들과 직위를 맞춰준다는 약속도
회사는 지키지 않았어요.
그냥 대리로 발령을 냈어요.
어차피 저는 직위나 직책보다 일하는 게 좋았으니까요.
다음 에피소드 예고
뱅크를 떠나 다시 플로어펄슨으로 돌아왔어요.
날탕이 날탕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