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5

EP. 41- 박과장님! 그땐 욕해서 미안해요~

 

간부 휴게실에서 혼나는 장면












EP. 41 - 박과장님! 그땐 욕해서 미안해요~


번외편을 시작하며...

"Goodbye, my casino!"로 이야기를 다 마쳤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리하다 보니, 미처 꺼내지 못한 이야기가 몇 편 남아 있었어요.

30년 세월 중에서도 유독 생생하게 남아있는 순간들

그리고 미처 다 풀어내지 못했던 뒷이야기들을 번외편으로 이어서 풀어볼게요

그 첫 번째는, 신입 딜러 시절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상사 이야기예요.


제가 딜러였을 때, 진짜 갑질하던 플로어펄슨이 있었어요.

딜러들이 제일 싫어하고 비호감 1위였던 박과장.

저는 웬만하면 안 부딪히려고 피해 다녔죠.


떨어뜨린 종이 한 장

룰렛 테이블은 고객이 다 빠지면 남아있는 칩스 갯수를 적고 

딜러와 플로어펄슨이 칩스 갯수를 확인하고 서명해서 뚜껑 덮어야 해요.

그런데 좌측 딜러가 칩스 갯수를 적고 서명해서 적은 것을 

박과장한테 건네다가 손에서 떨어뜨렸어요.

떨어뜨린 곳도 바닥도 아니고 게임테이블의 레이아웃 위에요.

그런데 박과장이 소리를 갑자기 '빽' 지르더라고요.

"일부러 떨어뜨렸다"

"건방지다" 이러면서요.


"아이크" 한마디의 대가

저는 속으로 '또 시작이네' 라고 생각하면서

바닥에 내려 두었던 칩스덮개를 꺼내려고 앉았다가 일어서는데

저도 모르게 "아이크" 하고 소리가 났어요.

그냥 앉았다 일어날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아무 의미 없는 소리였어요.

그런데 박과장이 "너는 또 뭐야? 지금 너도 나 비웃는 거야?" 이러는 거예요.

비웃는게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안 통했어요.

박과장은 근무 끝나면 간부 휴게실로 올라오라고 하더라고요.

그것을 본 딜러들은 "미친개한테 또 한 명 물렸네" 라고 생각했데요.


간부 휴게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저는 화를 삭이려고 생수 한 병 마시고, 간부 휴게실로 올라갔어요.

간부 휴게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과장이 저보고 문을 닫으라고 하더니

"너 수작 부리는 거 다 알아. 아까 나 비웃은 거 맞지?" 하는 거예요.

진짜 억울해서 정말 미칠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여긴 둘밖에 없잖아'

'미친 개한테는 미친 방법 밖에는 없어'

그래서 저도 확 미친 막말을 했어요.

"내가 언제 비웃었다고 그래! 이 나쁜 놈아!"

태어나서 처음 해본 욕이었어요.

박과장은 완전 당황한 얼굴로 "너 이제 막 나가는구나?" 

저도 "너는 막 나가도 되고 나는 막 나가면 안 되냐?" 라고 하면서

들고 있던 빈 생수병을 탁자에 세게 내려놨어요.

박과장은 너무나 어이없어하며 이 일은 당장 가서

팀장한테 보고해야 한다고 하며 팀장실로 내려갔어요.


여우주연상급 눈물 연기

잠시 후 팀장은 저에게 "간부 휴게실에서 박과장에게 욕을 하고 

생수병으로 때리려 했어?"라고 물었어요.

팀장은 '이제 갓 들어온 신입이 그럴 리가 있겠나?'

싶어서 확인하려고 저를 부른 거였어요.

저는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하면서

"제가요? 제가 어떻게 박과장님한테 그럴 수 있겠어요... "

"팀장님! 저... 정말 억울해요"

"박과장님 요즘 너무 이상하신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팀장은 "그치? 나도 정말 안 믿겨서 불렀어" 라고 하더라고요.

박과장은 화를내며 삼자대면까지 요청했지만

녹취나 CCTV 같은 증거와 증인도 없으니 

팀장은 박과장의 말보다 신입인 저의 말을 믿어 주었어요.

박과장은 딜러들에게 막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해서

평소에도 평판도 너무 안 좋았거든요. 

그날 제 눈물 연기, 진짜 여우주연상감이었어요.

그 용기가 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지금도 미스터리예요.


투명 인간, 그리고 통쾌함

저에게 억울하게 당한 박과장은 그 후로 야단치는 방법을 바꿨어요.

딜러를 혼내려고 간부 휴게실로 부를 때는

옆에 앉아있을 증인도 함께 데려 오라고 했고

간부 휴게실 문은 지나가는 직원들도 볼 수 있도록

반드시 열어 두고 야단을 쳤다고 해요.ㅋㅋ

그 일 후로 저와 박과장은 퇴사할 때까지 투명 인간처럼 지냈지만

저는 오히려 완전 편하고 좋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상사에게 해서는 안 될 욕까지 해놓고

안 했다고 오리발 내민 거는 잘못한 일이 분명해요.

그것은 정말 저 답지 않은 파격적인 일탈이었죠.

이제서야 이 글을 통해 고백하고 사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박과장님! 그땐 욕해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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