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4

EP.43 - 독이었던 제가 약이 되기까지


관리팀장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


EP.43 - 독이었던 제가 약이 되기까지


10년의 노조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저는 다시 발령을 기다려야 했어요.

어느 부서도 저를 받으려 하지 않더라고요.

10년간 회사랑 싸워온 사람을 누가 선뜻 받고 싶겠어요.

그렇게 저는 뱅크로 발령이 났어요.

뱅크는 영업부 소속이고 칩스를 다루고 관리하는 부서였어요.

노조위원장 시절엔 회사 돈이 어떻게 새는지

어떻게 지켜지는지 목소리 높여 따지던 제가

이제는 그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직접 지키는 자리에 서 있었던 거예요.


사장님의 한마디

뱅크에서 2년쯤 일했을 때였어요.

사장님이 저를 직접 불렀어요.

"자네만큼 노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잖아.

관리팀 인사노무 쪽 일을 좀 해줬으면 하는데"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셨어요.

"자네는 그동안 우리 회사의 독이였네. 

그런데 이제는 내가 그 독을 약으로 써야겠어."

저는 그 말이 칭찬인지 모욕인지 순간 헷갈렸어요.

그런데 사장님은 정말 진지하셨어요.


본색을 드러낸 사람

그런데 관리팀에 발령받고 보니, 거기 낯익은 얼굴이 있더라고요.

제가 노조위원장이던 시절에 노무담당 차장이었던 사람이 

어느새 관리팀장이 되어 있었어요.

그 팀장은 제가 노조위원장일 때는 저한테 무척 잘해줬거든요.

그런데 제가 부하직원으로 들어가니까 

바로 본색을 드러내더라고요.

알고 보니 원래 있던 관리팀장을 모함해서 기획팀으로 쫓아내고

그 자리를 본인이 차지한 기회주의자였어요.

그는 제가 노조위원장이랑 가깝게 지내는 것조차 싫어했고

저랑 노조 사이를 이간질하려 들었어요.

사장님이 저를 "약으로 쓰시겠다"고 한 뜻이 

절대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제 손발을 다 묶어놨어요.


도망치듯 옮긴 부서

저는 그 관리팀장과는 도저히 한 공간에서 같이 있을 수가 없었어요.

결국 저는 사장님을 다시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고 

새로운 부서인 서베일런스로 부서를 옮겼어요.

서베일런스에서 2년간 업무를 차근히 익히면서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었어요.

그 사이 관리팀에서는 변화가 있었어요.

원래 그 사람한테 모함을 당해서 

기획팀으로 물러났었던 전에 있던 관리팀장이 억울함을 벗고 

다시 관리팀장 자리로 복귀한 거예요.

그렇게 해서 자리 다툼에서 패배한 그 팀장은 

이번엔 서베일런스 팀장으로 발령이 나서 저를 또 따라왔어요.

그곳에서도 그 팀장은 직원들과 저를 이간질시키고

정신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저는 서베일런스팀의 업무도 저와 잘 맞고 좋았지만, 

그 팀장 때문에 다른 부서로 옮기거나 퇴사를 결정해야 했어요.


세 번째 재회

2년이 지나고 저는 다시 영업장 플로어펄슨으로 발령이 났어요.

이번엔 진짜로 그 원수같은 팀장과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 팀장과는 2년 후에 영업장에서 또 다시 만났어요. 

그런데 그 팀장은 또 제 뒤를 따라 

영업 파트장으로 발령이 났더라고요.

저를 쫓아 온 것은 이번에는 세 번째였어요.

이 정도면 정말 악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엔 제 차례였습니다

이번엔 저도 가만히 안 있었어요.

저는 그 파트장을 철저히 왕따시켰어요.

그렇게해서 시간은 흘렀고

결국 그 파트장은 희망퇴직을 하고 회사를 떠났어요.

뱅크에서 관리팀으로

관리팀에서 서베일런스팀으로

서베일런스팀에서 영업팀까지.

제가 옮기는 부서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던 사람이었어요.

정말 질긴 악연이었어요.


안 가본 부서는 딱 두 곳

돌이켜보면 저는 회계팀의 캐셔하고 마케팅팀.

이 두 부서만 빼고 카지노의 거의 모든 부서를 거친 셈이었어요.

노동조합에서 노조위원장으로 직원들의 권익을 도모하고

뱅크에서 회사 자산을 지키고

관리팀에서 인사노무를 관리하고 

서베일런스팀에서 모두를 다 지켜보고

영업팀에서 게임에 전념하며 회사 자산을 지켰고

식음료팀에서 카지노 주방과 스낵바의 개선을 통해 

고객들에게 좋은 식음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까지.

30년을 정말 카지노 곳곳을 순환하며 다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모든 순환 속에서 세 번이나 마주쳤던 그 악연까지도.

돌이켜보면 그게 바로 사장님이 말했던

"독을 약으로 쓴다"는 말의 진짜 의미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제가 카지노에서 독으로 쓰였는지,약으로 쓰였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독도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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