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고객에게 사정하고
있는 모습
EP.13 - 카지노에서 흘린 용의 눈물
칩스들고 도망간 고객
30년 카지노 생활 중에 잊히지 않는 밤이 있어요.
새벽 3시였어요.
저는 플로어펄슨이었고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야간근무를 하던 중이었어요.
주말 밤이라 영업장은 꽤나 시끌벅적했어요.
정신이 없을 정도로.
그때 일본 고객 한 명이 테이블에 10만 엔을 내놓았어요.
딜러는 테이블에 있는 환전표를 보고 칩스로 바꿔주면 돼요.
당시 10만 엔은 원화로 약 123만 원 정도였어요.
그런데 담당 딜러가 착각을 했어요.
0을 하나 더 붙여서 칩스를 1,230만 원어치를 내놓은 거예요.
pay를 하기 전에 플로어펄슨인 제 확인을 받아야 해요.
저도 그 순간 123에만 집중하고 착각을 한 거예요.
그래서 오케이를 했어요.
고객은 오버페이한 칩스를 받았고
딜러가 케셔로 환전을 하러 가는 사이.
고객은 칩스를 다 들고 게임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어요.
그것도 뛰어서.
영업장을 가로질러 계단으로 달려내려가는 고객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건 그 직후였어요.
저도 고객의 뒤를 쫓아가서 고객을 찾으니
그 고객은 저 멀리 로비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어요.
하지만 놓쳤고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악어의 눈물
카지노에서 손실금이 100만 원 이상 나면
총지배인한테 아침에 보고가 돼요.
딜러와 플로어펄슨은 시말서와 상황보고서를 써야 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거든요.
그래서 지체할 시간이 없었어요.
저는 일본 마케팅 부장을 불러서
고객 이름과 호텔 룸 넘버를 알아내고
마케팅부장에게 같이 방에 좀 올라가 달라고 부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 간부가 고객 호텔룸에 직접 찾아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근데 그날 밤 저한테는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아직도 생각하면 웃겨요.
무작정 일본 마케팅 부장과 저는 엘리베이터를 탔어요.
룸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고객에게 전화를 하니
고객은 핸드폰도 꺼놔서 연락이 안 됐어요.
부장이 저한테 말했어요.
"방에 들어가면 최대한 불쌍한 표정 지어요.
흘릴 수 있으면 눈물도 흘리고요."
새벽 3시에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은 작전 지시였어요.
악어가 용이되다
룸 앞에서 인기척을 확인하고 방문을 두드리니
한참 만에 문이 열렸어요.
고객은 우리를 보자마자 화를 냈어요.
일본어로 바보라는 뜻의 '빠가야로'를 외치면서.
저는 일본어를 잘 알아듣고 할 수 있었지만
그날 밤 제 입에서 나온 말은 '스미마셍'뿐이었어요.
그리고 눈물이 흘렀어요.
연기인지 진심인지 저도 몰랐어요.
악어의 눈물이었는지도.
일본 마케팅 부장은 고객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오버페이한 금액을 돌려주지 않으면
담당 딜러와 이 플로어펄슨은 해고를 당합니다"라고.
그리고 30분이 지났을 때쯤 고객이 침대 쪽으로 가더니
침대시트 밑에서 아까 가져간 칩스를 꺼내놓았어요.
그러면서 한마디 했어요.
"스고이(すごい)~~~"
스고이는 [대단하다/엄청나다/놀랍다] 라는 뜻이었어요.
룸에서 빨리 나가라는 말과 함께.
우리는 '아리가또'를 반복하면서 얼른 룸을 나왔어요.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부장이 말했어요.
"용의 눈물"
악어의 눈물로 시작한 밤이었어요.
그런데 그날 밤 저는 용이 되었어요.
그리고 영업팀장한테 불려가서 잠깐 혼은 났어요.
하지만 손실금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총지배인의 보고 없이 상황보고서 제출로 마무리됐어요.
그 마케팅 부장은 그 뒤로 저만 보면 용이라고 불렀어요.
다음 에피소드 예고
캐리어 안에 엔화가 가득했어요.
80대 노신사가 테이블에 앉았어요.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