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4

EP.13 - 카지노에서 흘린 용의 눈물

 






일본고객에게 사정하고 

있는 모습



EP.13 - 카지노에서 흘린 용의 눈물


칩스들고 도망간 고객

30년 카지노 생활 중에 잊히지 않는 밤이 있어요.

새벽 3시였어요.

저는 플로어펄슨이었고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야간근무를 하던 중이었어요.

주말 밤이라 영업장은 꽤나 시끌벅적했어요.

정신이 없을 정도로.

그때 일본 고객 한 명이 테이블에 10만 엔을 내놓았어요.

딜러는 테이블에 있는 환전표를 보고 칩스로 바꿔주면 돼요.

당시 10만 엔은 원화로 약 123만 원 정도였어요.

그런데 담당 딜러가 착각을 했어요.

0을 하나 더 붙여서 칩스를 1,230만 원어치를 내놓은 거예요.

pay를 하기 전에 플로어펄슨인 제 확인을 받아야 해요.

저도 그 순간 123에만 집중하고 착각을 한 거예요.

그래서 오케이를 했어요.

고객은 오버페이한 칩스를 받았고

딜러가 케셔로 환전을 하러 가는 사이.

고객은 칩스를 다 들고 게임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어요.

그것도 뛰어서.

영업장을 가로질러 계단으로 달려내려가는 고객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건 그 직후였어요.

저도 고객의 뒤를 쫓아가서 고객을 찾으니

그 고객은 저 멀리 로비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어요.

하지만 놓쳤고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악어의 눈물

카지노에서 손실금이 100만 원 이상 나면

총지배인한테 아침에 보고가 돼요.

딜러와 플로어펄슨은 시말서와 상황보고서를 써야 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거든요.

그래서 지체할 시간이 없었어요.

저는 일본 마케팅 부장을 불러서

고객 이름과 호텔 룸 넘버를 알아내고

마케팅부장에게 같이 방에 좀 올라가 달라고 부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 간부가 고객 호텔룸에 직접 찾아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근데 그날 밤 저한테는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아직도 생각하면 웃겨요.

무작정 일본 마케팅 부장과 저는 엘리베이터를 탔어요.

룸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고객에게 전화를 하니

고객은 핸드폰도 꺼놔서 연락이 안 됐어요.

부장이 저한테 말했어요.

"방에 들어가면 최대한 불쌍한 표정 지어요.

흘릴 수 있으면 눈물도 흘리고요."

새벽 3시에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은 작전 지시였어요.


악어가 용이되다

룸 앞에서 인기척을 확인하고 방문을 두드리니

한참 만에 문이 열렸어요.

고객은 우리를 보자마자 화를 냈어요.

일본어로 바보라는 뜻의 '빠가야로'를 외치면서.

저는 일본어를 잘 알아듣고 할 수 있었지만

그날 밤 제 입에서 나온 말은 '스미마셍'뿐이었어요.

그리고 눈물이 흘렀어요.

연기인지 진심인지 저도 몰랐어요.

악어의 눈물이었는지도.

일본 마케팅 부장은 고객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오버페이한 금액을 돌려주지 않으면

담당 딜러와 이 플로어펄슨은 해고를 당합니다"라고.

그리고 30분이 지났을 때쯤 고객이 침대 쪽으로 가더니

침대시트 밑에서 아까 가져간 칩스를 꺼내놓았어요.

그러면서 한마디 했어요.

"스고이(すごい)~~~"  

스고이는 [대단하다/엄청나다/놀랍다] 라는 뜻이었어요.

룸에서 빨리 나가라는 말과 함께.

우리는 '아리가또'를 반복하면서 얼른 룸을 나왔어요.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부장이 말했어요.

"용의 눈물"

악어의 눈물로 시작한 밤이었어요.

그런데 그날 밤 저는 용이 되었어요.

그리고 영업팀장한테 불려가서 잠깐 혼은 났어요.

하지만 손실금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총지배인의 보고 없이 상황보고서 제출로 마무리됐어요.

그 마케팅 부장은 그 뒤로 저만 보면 용이라고 불렀어요.


다음 에피소드 예고

캐리어 안에 엔화가 가득했어요.

80대 노신사가 테이블에 앉았어요.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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