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님과 마지막 이별
P.23 - 카지노에서 만난 가장 따뜻한 사람
카지노에서 30년을 일하면서
잊히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남는 분이 있어요.
저는 그분을 사무장님이라고 불렀어요.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남자분이셨거든요.
수송부 운전기사에서 딜러로
원래 공항에서 고객을 카지노로 데려다주는
수송부에서 일하셨던 분이에요.
군대에서 1호차, 대장 전용차를 운전하실 정도로
운전 실력이 뛰어나셨어요.
그런데 회사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수송부를 없애고 용역으로 전환했어요.
그리고 수송부 직원들을 전부 딜러로 발령을 냈어요.
사실상 그만두라는 거였죠.
40~50대 아저씨들이
젊은 사람도 배우기 힘든 딜러를 한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었을 거예요.
사무장님은 가장이라는 무게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었어요.
딜러 교육을 받고 영업장에 오셨어요.
근무교대에 5분 일찍 내려오시는 분
안경을 끼고 스포츠머리에 까만 피부.
키는 보통 이하로 아주 작으셨어요.
게임 테이블도 키에 잘 맞지 않았고.
손도 작으셔서 칩스를 한 번에 20개씩 잡아야 하는데
그것도 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테이블에서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딜러 교대 시간보다 항상 5분 일찍 내려오셨어요.
왜 그러시냐고 물으니 멋쩍게 웃으시면서 말씀하셨어요.
"테이블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스킬이 더 향상될 것 같아서요."
그 말이 마음에 남았어요.
여자 딜러들한테도 삼촌처럼, 아버지처럼 잘해주셔서
은근히 인기도 많으셨어요.
바로 이분이다
저는 그때 주중에는 노조위원장,
주말에는 딜러로 겸임하고 있었어요.
함께 노조 일을 할 사무장을 찾고 있었는데.
사무장님을 보는 순간 영감이 왔어요.
바로 이분이다.
제안을 드리니 1주일 시간을 달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동의해주셨어요.
그렇게 저와 사무장님의 노조 생활이 시작됐어요.
6년 동안 함께 일했어요.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고 배운 것도 많았어요.
마지막 병원에서
사무장님을 차기 노조위원장으로 추대하려고 했을 때.
간암 판정을 받으셨어요.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셨어요.
마지막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사무장님이 저를 보시면서 말씀하셨어요.
"위원장, 나는 살면서 나를 믿어준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
마누라도 내가 딜러를 할 때도,
사무장을 할 때도 믿어주지 않았는데.
나를 믿어준 유일한 사람은 위원장뿐이었어.
나의 숨어있는 능력을 알고 가게 해줘서.
그동안 정말 행복했어.
고마워, 위원장."
그리고 1주일 후.
사무장님은 세상을 떠나셨어요.
허무함... 그리고 영업장복귀
그 후 저는 허무함과 함께
노조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영업장으로 복귀했어요.
그리고 10년 후 핏보스가 됐어요.
사무장님이 마지막으로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가끔 생각나요.
먼저 믿으면.
모든 사람의 꽁꽁 숨어있던 잠재력은
반드시 나온다는 것을.
사무장님이 증명해주셨어요.
다음 에피소드 예고
전용비행기를 타고 온 일본 고객이 있었어요.
와인병이 모니터 스크린을 박살냈어요.
그런데 그 딜러는 요동도 하지 않았어요.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