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0

EP.11 - 카지노의 끗발과 미신, 그리고 돼지머리

 






고사지내는 모습



EP.11 - 카지노의 끗발과 미신, 그리고 돼지머리


카지노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게 있어요.

사람은 간절할수록 무언가에 기댄다는 것을.


끗발이 나면...

딜러든 플로어펄슨이든 핏보스든.

자기 테이블이 win을 하면.

소위 끗발이 나면.

그다음 날 출근할 때부터 달라져요.

어제와 똑같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끗발이 나면 속옷도 그대로.

겉옷도 그대로 입고 출근했어요.

귀걸이도 반지도 어제 했던 것과 똑같은 걸 했고요.

넥타이도 당연히 같은 걸 맸어요.

씻지 말아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저마다 다른 미신

사람마다 미신이 다 달랐어요.

어떤 직원은 게임테이블 밑에 부적을 붙여 놨어요.

어떤 직원은 출근길에 반드시

같은 편의점에 들러 같은 음료를 샀고요.

고객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새끼손톱만 유독 길게 기른 중국 고객이 있었어요.

카드를 받을 때마다 그 손톱으로 카드 모서리를 쪼아서

천천히 들어올리는 거예요.

그래야 좋은 패가 나온다고 믿었거든요.

일본 고객 중에는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미신을 믿는 사람도 있었어요.

게임 전에 호텔룸에서 여자를 불러야

끗발이 난다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지만 그게 진심이었어요.


카지노도 미신을 믿었다

그런데 미신은 직원들만의 얘기가 아니었어요.

카지노 자체가 미신을 믿었거든요.

지금은 없어진 문화지만.

제가 일하던 시절에는 카지노에서 고사를 지냈어요.

그것도 아주 제대로.

돼지머리에 각종 과일, 고사떡, 막걸리까지 차려놓고.

전 영업부 간부와 딜러들이 다 참석해야 했어요.

총지배인도 예외가 없었어요.

다 같이 절을 했어요.

케셔에서 신권을 받아 각각 봉투에 넣어서 주면

각자 절을 하기 전에 돼지 입에 봉투를 꽂는 것도

빠지지 않는 순서였고요.

그 당시에는 전 카지노 계열사가 다 고사를 지냈어요.


고사가 끝나면...

통돼지 바베큐에 막걸리.

고사떡에 각종 과일까지.

그날만큼은 전 직원이 다 같이 먹고 마셨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 맛이 아직도 기억나요.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니까요. 

요즘 카지노 직원들은 상상도 못 할 얘기겠지만.

그때는 그게 다 진심이었어요.

간절함이 만들어낸 문화였거든요.

카지노는 확률의 세계예요.

수학적으로 계산된 하우스 엣지가 지배하는 곳이에요.

그런데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 안에 앉아있는 고객들도.

결국 사람인지라 무언가에 기대고 싶었던 거예요.

부적이든, 같은 속옷이든, 돼지머리든...


다음 에피소드 예고

카지노에는 시계도 없고 창문도 없어요.

그게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었거든요.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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